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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시나가와역(品川驛)-나카노 시게하루 (일본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시2), 우산 받은 요꼬하마의 부두(임화의 답시)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16. 4. 8. 00:38



비 내리는 시니가와역(品川驛)

  -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ammarx&logNo=220267783146


 

신(辛)이여 잘 가거라

김(金)이여 잘 가거라

그대들은 비 내리는 시나가와역(品川驛)에서 차에 오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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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李)여 잘가거라

또 한 분의 이(李)여 잘 가거라

그대들은 그대들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는구나

그대들 나라의 시냇물은 겨울 추위에 얼어붙고

그대들의 천황에 반항하는 마음은 떠나는 일순(一瞬)에 굳게 얼어

바다는 비에 젖어서 어두워가는 저녁에 파도소리 높이고

비둘기는 비에 젖어서 연기를 헤치고 창고 지붕위를

날러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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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비에 젖어 그대들을 쫓아내는

일본의 천황을 생각한다

그대들은 비에 젖어서 그대들을 쫓아내는

그의 머리털 그의 이마 그의 안경 그의 좁은 이마

그의 보기 싫은 곱새등줄기를 눈앞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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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줄줄 나리는데 새파란 시그낼은 올라간다

비는 줄줄 나리는데 그대들의 검은 눈동자는 번쩍인다.

그대들의 검은 그림자는 개찰구(改札口)를 지나

그대들의 하얀 옷자락은 침침한 프랫트폼에 휘날려

시그낼은 색을 변하고

그대들은 차에 올라탄다

그대들은 출발하는구나

그대들은 떠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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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조선의 사나이요 계집아이인 그대들

머리끝 뼈끝까지 꿋꿋한 동무

일본 프롤레타리아의 뒷방패 앞방패

가거든 그 딱딱하고 두터운 번지르르한 얼음장을

두둘겨 깨쳐라

오랫동안 갖히였던 물로 분방한 홍수를 지어라

그리고 또다시

해협을 건너 뛰어 닥쳐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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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神戶) 나고야(名古屋)를 지나 도쿄(東京)에 달려들어

그의 신변에 육박하고 그의 면전에 나타나

그를 사로잡어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의 멱 바로 거기에다 낫살을 겨누고

만신의 튀는 피에

뜨거운 복수의 환희 속에서

울어라! 웃어라!



* 나카노 시게하루의 이 시는 1929년 대공황을 맞아 일본 내에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자 조선인 노동자 추방 정책을 자행하는 일본 천황에 대한 적개심과 조선인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국제주의 연대 정신을 담고 있다.

* 이 시가「無産者(무산자)」(제3권 제2호)에 발표될 때는「비날이는 品川 駅 」로 되어 있다. 제목에서 "비 나리는"은 "비 내리는"으로 바꿨으나 내용 일부에서는 시적 표현으로 "비나리는"을 그대로 사용했다.

* 이 시가 처음 소개된  無産者에서는 "日本プロレタリア-トの前だて後だて" 이 문장을 "일본 프롤레타리아트의 앞잡이요 뒷꾼"이라고 번역하고 있으나, "日本プ庁レタ幾アートのうしろ盾まえ盾"를 원문으로 사용하여 "일본 프롤레타리아트의 뒷방패 앞방패"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둘러싸고 조선 프롤레타리아트가 마치 "일본인의 ‘총알받이’(弾丸よけ)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정승운,「비날이는品川駅」을 통해서 본「우산(雨傘)밧은 요코하마의 부두(埠頭」) )라는 논란이 있기도 하다.



 


우산 받은 요꼬하마의 부두

-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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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계집애야! 이국의 계집애야!

도크를 뛰어오지 말아라 도크는 비에 젖었고

내 가슴은 떠나가는 서러움과 내어쫓기는 분함에 불이 타는데

오오 사랑하는 항구 요꼬하마의 계집애야!

도크를 뛰어오지 말아라 난간은 비에 젖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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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천기가 좋은 날이었더라면?……」

아니다 아니다 그것은 소용없는 너만의 불쌍한 말이다

너의 나라는 비가 와서 이 도크가 떠나가거나

불쌍한 네가 울고 울어서 좁다란 목이 미어지거나

이국의 반역 청년인 나를 머물게 두지 않으리라

불쌍한 항구의 계집애야 울지도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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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이란 표를 등에다 지고 크나큰 이 부두를 나오는 너의 사나이도 모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 길로 돌아가면

용감한 사나이들의 웃음과 알지 못할 정열 속에서 그날마다를 보내던 조그만 그 집이

인제는 구둣발이 들어나간 흙자국밖에는 아무것도 너를 맞을 것이 없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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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구의 계집애야! 너는 모르지 않으리라

지금은 <새장 속>에 자는 그 사람들이 다 너의 나라의 사랑 속에 살았던 것도 아니었으며

귀여운 너의 마음속에 살았던 것도 아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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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는 너를 위하고 너는 나를 위하여

그리고 그 사람들은 너를 위하고 너는 그 사람들을 위하여

어째서 목숨을 맹세하였으며

어째서 눈 오는 밤을 몇 번이나 거리에 새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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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아무 까닭도 없었으며

우리는 아무 인연도 없었다

더구나 너는 이국의 계집애 나는 식민지의 사나이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이유는

너와 나 우리들은 한낱 근로하는 형제이었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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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리는 다만 한 일을 위하여

두 개 다른 나라의 목숨이 한 가지 밥을 먹었던 것이며

너와 나는 사랑에 살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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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사랑하는 요꼬하마의 계집애야

비는 바다 위에 내리며 물결은 바람에 이는데

나는 지금 이 땅에 남은 것을 다 두고

나의 어머니 아버지 나라로 돌아가려고

태평양 바다 위에 떠서 있다

바다에는 긴 날개의 갈매기도 오늘은 볼 수가 없으며

내 가슴에 날던 요꼬하마의 너도 오늘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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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꼬하마의 새야

너는 쓸쓸하여서는 아니 된다 바람이 불지를 않느냐

하나뿐인 너의 종이 우산이 부서지면 어쩌느냐

어서 들어가거라

인제는 너의 게다 소리도 빗소리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가보아라 가보아라

나야 쫓기어 나가지만은 그 젊은 용감한 녀석들은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쇠창살 밑에 앉아 있지를 않을 게며

네가 있는 공장엔 어머니 누나가 그리워 우는 북륙의 유년공이 있지 않느냐

너는 그 녀석들의 옷을 빨아야 하고

너는 그 어린것들을 네 가슴에 안아 주어야 하지를 않겠느냐

가요야! 가요야! 너는 들어가야 한다

벌써 사이렌은 세 번이나 울고

검정 옷은 내 손을 몇 번이나 잡아다녔다

인제는 가야 한다 너도 가야 하고 나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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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계집애야!

눈물은 흘리지 말아라

거리를 흘러가는 데모 속에 내가 없고 그 녀석들이 빠졌다고

섭섭해 하지도 말아라

네가 공장을 나왔을 때 전주 뒤에 기다리던 내가 없다고

거기엔 또다시 젊은 노동자들의 물결로 네 마음을 굳세게 할 것이 있을 것이며

사랑에 주린 유년공들의 손이 너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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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젊은 사람들의 연설은

근로하는 사람들의 머리에 불같이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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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거라! 어서 들어가거라

비는 도크에 내리고 바람은 데크에 부딪친다

우산이 부서질라

오늘 쫓겨나는 이국의 청년을 보내 주던 그 우산으로 내일은 내일은 나오는 그 녀석들을 맞으러

게다 소리 높게 경빈가도를 걸어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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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러면 사랑하는 항구의 어린 동무야

너는 그냥 나를 떠나 보내는 서러움

사랑하는 사나이를 이별하는 작은 생각에 주저앉을 네가 아니다

네 사랑하는 나는 이 땅에서 쫓겨나지를 않는가

그 녀석들은 그것도 모르고 같이 있지를 않는가 이 생각으로 이 분한 사실로

비둘기 같은 네 가슴을 발갛게 물들여라

그리하여 하얀 네 살이 뜨거워서 못 견딜 때

그것을 그대로 그 얼굴에다 그 대가리에다 마음껏 메다쳐버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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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때면 지금은 가는 나도 벌써 부산 동경을 거쳐 동무와 같이 요꼬하마를 왔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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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랫동안 서럽던 생각 분한 생각에

피곤한 네 귀여운 머리를

내 가슴에 파묻고 울어도 보아라 웃어도 보아라

항구의 나의 계집애야!

그만 도크를 뛰어오지 말아라

비는 연한 네 등에 내리고 바람의 네 우산에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