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종북 마녀사냥’과 ‘진보’의 동조자들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15. 9. 7. 13:01

종북 마녀사냥’과 ‘진보’의 동조자들


 

 

1. 부르주아 의회에서 벌어진 집단 광란극

 


2013년 9월 5일 우리는 보았다. 부르주아 의회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258명에 의한 집단 백색 정치 테러와 마녀사냥의 광란극을.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둔 국회 밖과 국회의사당 밖에는 경찰병력이 이 백색 정치 테러와 광란극을 보호하기 위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을 때려잡는데 앞장섰던 공안검사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진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앞서 가진 공개발언에서 “이석기 피의자, 대한민국의 적”이라며 ‘이석기가 죽어야 대한민국의 국회와 법치가 산다’고 핏발이 서서 발언했다.

야만적인 저들은 진보정당 국회의원을 죽여야 사는 나라, 국회의원을 죽여서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압제의 나라가 바로 부르주아 독재체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법치는 국정원이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민의의 전당’ 국회가 파쇼기구 앞잡이 노릇을 수행하는 것이다.

파쇼 언론들은 체포동의안이 다수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처리된 뒤에도 여전히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피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반대표 색출에 나섰다. 김진태는 체포동의안 처리 직후 트위터에 “이석기 체포 찬성 258, 반대 14, 기권 11, 무효 6 (참석 289명 중) 반대는 완전 대놓고 종북 기권도 사실상 종북 무효는 은근슬쩍 종북 대한민국 국회에 종북의원이 최소 31명입니다.”라며 눈을 희번덕거리며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자유민주주의 상징인 ‘국회’는 부르주아 독재체제를 견결하게 수호하는 폭력기구의 일부이자 집행위원회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권력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삼권분립은 국회가 행정부의 하수인, 국정원의 협조기관으로 전락함으로써 부르주아 독재체제를 은폐하기 위한 형식적, 허구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르주아 권력의 민주주의는 통합진보당이 의회주의적 ‘진보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권력분점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배제하고 추방하려는 부르주아 권력독점이었던 것이다. 저들은 실질적인 국가전복의 위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설사 국민적 저항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직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아니라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특정 권력에 대한 저항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내란음모 선동이라고 공안사건을 터뜨리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 내부의 부르주아의 적들, 즉 노동자 민중에 대해 내란음모와 선동죄를 빌미로 파쇼적 국가권력인 공안기구를 내세워 전쟁을 개시하고 있는 세력들은 부르주아 지배계급 자신들이다.

이 광란의 마녀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이라는 악법조차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린 내란음모 사건 자체의 충격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충격의 강도는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통합진보당 김재연, 김미희 의원을 이제 ‘RO(혁명조직)’ 조직원이라며 또 다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내란음모와 선동 사건을 확고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130여명의 활동가들을 추가로 잡아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에게 ‘조선로동당’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간첩당 혐의를 덮어씌우고 최종 해체시키기 위해 여론몰이를 시작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 역시 ‘종북세력의 숙주’라며 종북몰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2. ‘민주’와 ‘진보’의 이름으로 동참한 ‘종북 마녀사냥’



이번 ‘종북 마녀사냥’은 기획과 구상, 집행 및 선전자들, 동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내란음모 사건의 기획과 구상은 이미 언론(한겨레)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청와대를 중심으로 해서 ‘공안 올드보이 4인방’이라고 하는 군 출신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공모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들은 박정희 유신 시대 정권을 거치면서 유신헌법을 기초하기도 하고 국정원, 대검찰청 공안부장, 공안검사 등을 거치면서 대대적으로 공안사건을 만들어내는 등 악명을 떨쳤다.
  
8월 28일 국정원이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권의 나팔수들, 아니 그 자체로 언론 독점자본인 조중동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총출동하고, 여기에 어용 지식인, 관제 교수, 이른바 공안전문가 등이 총동원되어 내란범죄가 어떻게 기획되고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인지를 연일 보도하고 대서특필했다. 마치 사전에 공동으로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가졌던 것처럼, 이들은 똑같은 기조와 근거를 대면서 국정원의 내란음모 시나리오에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했다.

민주당은 이 조작사건이 터지자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엄중히 지켜보겠다.’라며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차라리 엄중하게 지켜만 보고 있으면 나았을 텐데 내란범죄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국정원의 능동적인 발고자, 입증자가 되어 마녀를 비난하는데 앞장섰다. 결국 민주당은 국회에서 당론으로 이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군사독재 반대 민주주의 투쟁의 시대에는 ‘빨갱이’ 공세에 희생당했던 정치세력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국가보안법을 온존시키고 국정원에 기대서 권력을 강화했다.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피해세력의 일부로 출발하여 권력 장악 이후에는 독점자본의 일파로서 국가보안법을 수호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이제 다시 권력을 잃은 후에 민주당은 국정원의 개혁자이자 피해자의 일부로서 자처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종북과는 무관하다며 앞장서서 통합진보당의 ‘종북성’을 발고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의 확고한 반공주의에 내몰려서 점점 더 종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야권연대로 인해 종북세력이 국회에 들어왔고 그 정점에는 문재인이 있다고 종북공세의 포문을 민주당에게도 들이대고 있다. 문재인은 이러다가 ‘주사파 변론한 것도 책임지라겠네’라고 미리 이 공세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이미 그러한 공세는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협력함으로써 이제 국정원 개혁에 나설 수 있고 정세 주도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겠지만 국정원의 공세는 민주당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민주당이 자신의 무고함, 무관함을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면 칠수록 민주당은 지난 NLL녹취록 공세 때처럼 점점 더 늪 속으로 빠져들게 돼 있다. 공안기구와 파쇼언론, 새누리당은 이제 국회 반대표 색출이라는 명분하에 방북 경험이 있는 임수경 의원 등을 지목하며 파상공격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이미 국정원의 노예가 된 이상 이 공세에 순종적으로 따르거나 소극적으로 부정하면서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에 국정원 개혁 요구가 지속될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최선의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교훈을 다시금 깨달았으니 말이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와 애국의 기반을 굳건히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표결에 임했다.”(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에게는 어떠한 용납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당의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보여줬다.”(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난 뒤 양당 대변인들의 성명서다. 과연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주요하게 양분하고 있는 독점자본주의 정당인 두 당에게 어떠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 운운할 때 민주당은 자신이 말하는 그 민주주의의 가치,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얼마나 난폭하고 폭압적으로 짓뭉개져버렸는지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불체포특권이라고 자신들이 부르주아 국회를 신비화하고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국회의원 신분은 비리와 사기 범죄로 점철된 부르주아 국회의원을 비호하는 데에 사용될 수는 있어도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전혀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미 이 사건과 다른 수많은 공안사건으로 구속된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일반 진보적 활동가의 경우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그 말 뒤에 “이제 이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원 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은 바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더 나아가 바로 국정원에 의한 파쇼적 억압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이라는 요구로 파쇼적 억압기구인 국정원 자체를 해산하라는 ‘국민적 열망’을 제한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국정원의 요구에 의한 체포동의안 처리에 국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놓고 개혁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개혁’필요성 자체를 스스로 훼손한 행위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민주’를 내걸고 마녀사냥에 동참했다면, 진보정의당은 ‘진보’를 내걸고 광란적 마녀사냥의 적극적 발고자, 선전자로 나서고 급기야 국회 내에서 동참자가 되었다. 진보정의당은 당내 상당수 시도당 위원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교묘하게 양비론으로 위장되었지만 진보정의당 주요 지도자들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난은 항상 그랬듯이 파쇼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국정원의 종북 매카시즘 공세에 정당성과 명분을 부여했다. 이 반동적 행위는 ‘진보’의 이름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정권과 국정원에게 더 확고하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심상정은 “국민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라”며 이석기 의원이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구속된 피해자들을 제명시키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민주노동당에서 뛰쳐 나왔던 전력이 있는 반공투사 심상정은 이번에도 국가보안법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노예이자 헌법적 가치 운운하며 국가주의 노선의 정신적 부역자가 되었다. 심상정은 국가보안법이 낳은 운동진영 내의 어둠의 자식들 중 단연 그 으뜸에 있다.

심상정은 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난폭하게 유린되고 있고,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도 모자라서 내란음모, 선동죄까지 뒤집어씌우는 권력을 향해 싸우기 보다는 양비론으로 위장하여 국정원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심상정이 한 입으로는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 규탄과 개혁을 말하면서도 다른 입으로는 국정원이 피의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프락치 공작 녹취록을 바탕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작태를 보면 첨예한 투쟁과 쟁점의 순간에 양비론은 결국 이적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심상정은 노동자 민중이 수십 년 동안 피 흘리며 쟁취한 직선제가 가공할만한 부정선거로 내팽개쳐지고 여기에 항의하는 촛불투쟁을 잠재우고자 국정원이 만들어낸 된 공안사건 앞에서도 헌법 내의 진보 운운하며 수사협조를 외치고 있다. 심상정이 말하는 ‘공당의 책임’은 철저하게 부르주아 법의 노예를 자처하는 합법주의이자 노예적 굴종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공안탄압 사건에서 국정원 프락치가 매수에 의한 전향으로 동지들과 당 전체를 적들에게 팔아먹는 악마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심상정은 부르주아 체제 내에 자발적이고 점진적인 전향과 투항을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해방을 내걸었던 전노협의 핵심 간부이자 금속노조 간부 출신인 심상정은 부르주아 국회 내에서 국정원의 자발적 하수인이 되었다. 심상정은 이 광란의 마녀사냥극에 참여하면서도 ‘진보의 미래’를 위한 조치라면서 ‘진보’의 끈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추악한 기회주의, 분파주의자, 출세분자들이 주도하는 정당인 막장 정의당은 이제 진보의 이름을 스스로 내던지고 안철수와 합당하던지 내분이 일어나 자멸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내분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명칭으로는 진보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그 행보는 반동적이기 때문에 진보라는 운동성의 마지막 잔재가 사라져버릴 때, 권력을 향한 추악한 이기주의, 상층연합, 출세분자들의 배신과 야합밖에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정의당과 더불어 진중권처럼 반북, 반공주의에 사로잡힌 대표적인 소부르주아 지식인 역시 ‘진보’와 양비론으로 위장한 채 트위터에서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통진당,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먼저 이석기와 그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김재연-김미희를 제명하고 사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국민에게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것입니다. 국정원 비난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진중권 트위터 중 인용)

진보를 자처하는 ‘정상적인’ 지식인이라면 국정원이 던져주는 근거와 공안적 논리를 가지고 이처럼 분별없는 망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진중권은 국정원을 향해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우선적으로 비난하고 국정원 비난은 그 다음에 하라고 하면서 국정원을 간접적으로 비호하고 있다. 심상정과 더불어 진중권의 발언 역시 조중동 등 파쇼언론에 대대적으로 언급되면서 국정원의 파쇼적 탄압에 힘을 실어줬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역시 국정원이 흘리는 피의사실에 따라 심각하게 동요하면서 양비론을 내세우며 국정원 내란음모 뒤집어씌우기에 한몫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국가정보원과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역사의 시계가 19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진보를 죽이는 ‘낡은 진보’에 의해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현 정세를 ‘전쟁상황’으로 본 이 의원의 판단은 당대를 곧잘 ‘혁명적 상황’으로 규정했던 1980년대 ‘운동권’식 정세관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금을 전쟁상황이라고 한다면 전쟁상황이 아닌 때가 언제 있겠느냐”며 “사회를 제대로 바꾸려면 현실이 어떻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현실에 눈감고 귀막은 폐쇄적 진보가 1980년대의 흉물스러운 화석처럼 모습을 드러낸 다른 한 극단에선 한국 사회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악몽을 환기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제혁 기자, 진보 죽이는 ‘낡은 진보’… 다시 살아난 공안 몰이, 경향신문, 2013년 9월 4일)


경향신문과 이 신문 인터뷰에 나오는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의 발언은 역겨울 정도로 기만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공안정치 망령’ 운운하는 진보적 목소리로 위장한 채 교묘하고 악랄한 반동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에게는 통합진보당의 ‘낡은 진보’가 ‘공안정치의 망령’을 부른 주범이다. 이들은 원인과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뒤집어서 초분파주의적으로 사태를 바라봄으로써 싸우고 분노해야할 대상을 기회주의적으로 바꿔치기 했다. 이들에 의하면 공안정치의 주체인 국정원은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다. 마녀의 존재와 행위가 마녀사냥을 불렀다는 식이다. 이들 소부르주아 기회주의 지식인들은 마녀를 생산하고 마녀라고 지목하여 화형식을 하는 주체, 가해의 대상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반대로 피해자를 그 자리에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마녀사냥에 동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한편으로는 국정원을 비난하면서도 나중에는 신문 1면에서 국정원이 흘리는 피의사실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였다.

“이 의원은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인 힘을 통해서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 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 순간에...’라고 말해 내란을 선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국정원, “진보당 다른 의원 2명도 RO 조직원", 2013년 9월 3일)


이러저러한 식으로 내란을 선동했다라고 체포동의안에 언급돼 있다가 아니다. 한겨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고 이 의원이 ‘내란을 선동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정원이 체포동의안에 적시한 내용을 기정사실로 받아 적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통합진보당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며 수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에게 적용한 내란음모죄가 적절한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많은 국민의 눈에 이 의원은 이미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했다. 그런 맹목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국민의 대표로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차라리 국회의원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정정당당히 수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
(한겨레 사설, 이석기 의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으라, 2013년 9월 3일)


시대착오[時代錯誤]의 사전적 뜻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게 낡은 사고방식으로 대응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파쇼적 언론은 물론이고 한겨레, 경향신문, 소부르주아 지식인들이 하나 같이 통합진보당 노선을 비판하면서 쓰는 말이다. 과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낡은 사고방식으로 대응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박근혜 ‘찬탈’정권인가? 국정원인가? 이들에 의해 2013년도라는 개명천지에 70년대, 80년대식 탄압을 당하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거기에 소속된 의원 및 활동가들인가?

이들이 ‘시대착오’ 운운할 때는 지금 시대가 ‘정상’이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이 정상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비정상’을 비난하는 것이다. 국정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하여 이 시대의 ‘정상’, ‘비정상’을 판단하려면 노동자 민중들이 피 흘리며 쟁취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최소한으로도 보장받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고 있는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도 모자라 내란음모죄가 부활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중세의 마녀사냥, 미국의 1950년대 매카시즘 공세가 2013년 한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내란음모, 선동이라는 쌍팔년도, 아니 쌍칠년에나 접했던 과거의 사건들이 2013년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부르주아 언론은 물론이고 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하는 모든 언론, 인사들은 내란음모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단다. 날조와 조작으로 유명한 바로 무수한 공안사건과 바로 얼마 전에도 서울시 공무원 ‘탈북자 남매’ 간첩 날조와 조작을 했던, 그리고 이 날조와 조작을 폭로하고자 했던 ‘추적60분’을 불방하도록 한 국정원이 피의사실로 유포하고 있는 혐의가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이 이제는 불변의 사실, 확고한 진실, 판단의 객관적 기준이 되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조차도 이 무지막지한 국정원표 ‘사실’ 앞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이미 사실이라는 확고한 전제 하에 ‘아니면 말고’ 식의 악의적인 날조극이 부풀려지면서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이제 청와대와 국정원이 사전 공모하고 기획한 시나리오는 역병처럼 돌고 돌아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감염시켰다. 이러한 감염 경로를 통해 대중들의 의식을 사로잡은 주술적 믿음이 확고한 ‘여론’이 되어 ‘여론재판’이 먼저 가해지고 있다.  

‘종북 마녀사냥’의 구상과 기획, 선전과 집행자, 동조자 이 3주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중 ‘진보’의 이름을 내건 마녀사냥의 동조자는 운동진영에서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규탄해야 한다.


3. 터무니없는 모략공작과 모략의 분쇄



9월 4일 국회에서 국정원이 만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가결 처리됨으로써 국정원은 최대 해체 최소한 개혁수순까지 갈 수 있는 위기 국면을 역공으로 나서서 대반전에 승리했다. 최대 퇴진 최소 사과 압박을 받던 박근혜는 이 대반전에 승리를 거뒀다.

최소한의 합리적 이성, 정세판단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은 지극히 분명하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에 대한 대중적 반발을 무마하기 위함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퇴진 압박, 사과압박을 받던 박근혜는 역공을 펼치고 국정원은 ‘간첩의원 일망타진’이라는 공로를 세워 국정원이 존재해야할 이유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뭐니뭐니 해도 이석기가 해낸 가장 엄청난 일은 따로 있다. 국가보안법이 왜 필요한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왜 강화돼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줬다. 이런 훌륭한 애국주의자는 난생처음이다....모쪼록 이석기가 끝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투쟁해 줬으면 한다. 그들의 일그러진 진면목을 제대로 보는 것만큼 생생한 ‘반공교과서’가 따로 없다.
([이철호의 시시각각]이석기는 진짜 애국주의자다, 중앙일보, 2013.09.02)


저들 부르주아 언론이 평소 강조하던 언론으로서의 품위와 중립성, 객관성 따위를 포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나 에두르는 표현도 없이 아주 노골적이고 뻔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공안기관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수십 년 동안 써먹던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수법이 먹혀 들어가는가?

국정원은 총체적 부정선거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해 NLL녹취록을 들이밀었다. NLL녹취록은 발언 내용과 상관없이 부정선거와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일이다. 그러나 NLL녹취록은 한국사회에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를 자극하며 상당 기간 동안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을 물타기하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NLL쟁점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2만, 3만, 5만 급기야 10만으로 촛불투쟁 참여자가 늘어나자 국정원은 내란음모죄를 들고 나왔다. 여기서도 내란음모를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근거가 되었다. 내란이 가지는 역사적, 사전적 의미, 또 거기에 부합하는 레드 콤플렉스 자극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물리적 공격으로 인해 국정원의 공세는 어김없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내란음모죄라는 무시무시한 법조항을 제외하면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반격하기 위한 녹취록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이 똑 같다.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흘리는 이번 내란음모 사건 녹취록에는 NLL발언보다도 훨씬 더 파괴력 있고 민감한 전쟁 발발과 통신 유류시설 파괴, 총기와 요인 살해 등 마치 무장봉기를 연상케 하는 발언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저질 모략극이 잠꼬대 같은 건 이 모든 공세의 근거가 국정원의 프락치 매수공작과 증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프락치 매수공작에 넘어간 과거의 동지는 국정원의 불러주는 대로 내란음모 사건의 발고자, 입증자가 되어 신념과 양심을 팔아먹고 동지를 사지로 몰아넣는 인면수심 괴수가 되었다. 수십 년 동안 간첩사건을 조작해내고 왕재산 사건 조작에 이어 최근에는 ‘탈북자’ 출신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조작과 책략에 이골이 난 국정원이 만들어낸 사건에 의해 통신시설 파괴, 파출소 습격, 요인암살이라는 무시무시한 내란음모와 선동 사건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실질적인 ‘국가변란의 위험’이나 ‘국토참절’, ‘국헌문란’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 물리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던진 말 한마디는 철저하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문제다. 이런 주장조차도 내란음모를 획책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과 형법으로 잡혀 가고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작금의 극단적인 정치상황이다. 만약 RO(혁명조직)가 실재한다면 그것은 폭압적인 정치상황의 산물이다. 정치활동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공개, 비공개 정치활동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폭압적인 정치적 폭거는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정치활동이 얼마나 억압되고 제약되어 있는지 알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미제국주의와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은 핵전쟁을 의미한다. 이미 언론에서는 이를 가상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전 초기에 수백만이 사망한다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전쟁정세는 가상이 아니었다. 실제 북에서는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남에서는 미국의 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며 전쟁 직전 급박한 상황이 만들어 졌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이 가진 미사일만으로도 남의 핵심 군사, 통신, 행정시설 전체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 이러한 전쟁 발발 상황에서 파출소 습격을 모의하고, 통신시설 파괴를 모의 했다고 하는 국정원이 흘리는 피의사실이 가당키나 한가?

통합진보당은 이러한 전쟁 발발 직전의 위급한 상황에서 전쟁반대 투쟁과 평화협정 체결 투쟁에 앞장섰다.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쟁참사를 막기 위해 전쟁의 주모자인 미군의 철수와 미제국주의 전쟁책동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통합진보당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는 것은 정파적 이해가 다르더라도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앞에서 인용한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당시 정세를 ‘전쟁상황’으로 본 통합진보당 노선이 1980년대 ‘운동권’식 정세관과 유사하다면서 통합진보당의 현실 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의 정세는 겉으로는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제국주의에 의한 전쟁개시는 소부르주아 학자들의 주장처럼 잠꼬대 같은 얘기가 아니다. 리비아가 이미 제국주의 전쟁으로 전토가 박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부상당하고 죽어나갔다. 시리아에서는 이미 미제국주의가 부추기는 내전으로 10만 여명이 죽는 유혈참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미, 나토 제국주의가 협공으로 전쟁을 개시하기 직전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중동에서처럼 전쟁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북이 핵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조금이라도 인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하는 사실이다.

통합진보당이 내세우는 정치노선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이하는 한반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분단된 나라의 통일 같은 민족문제, 외국 군대의 진주와 이를 매개로 한 제국주의 문제는 시대착오적인 것도 아니고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만 나오는 주장이 아니다. 여전히 한국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내적 모순인 계급모순이 민족 모순과 제국주의 모순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정치노선이 과학적이고 계급적인가의 여부는 사상적 논쟁의 대상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파쇼적 탄압에 직면하여 처절하게 탄압받고 투쟁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두고, 과학적, 계급적 인식은 고사하고 사리분별력조차도 없는 소부르주아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성토하는 비평은 악의적일뿐더러 국정원에게 놀아나는 반동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자본주의의 경제적 토대는 독점자본주의이다. 이 독점자본주의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해서 그것의 상부구조인 국가, 법률, 이데올로기 등이 존재한다. 이 상부구조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수십 년 동안 대중들의 의식을 지배해 왔다. 이 한국판 부르주아 사상인 반공반북 이데올로기가 국가보안법으로, 또 이번처럼 형법상의 내란음모, 선동 등으로 발휘되면서 권력의 공안통치가 강화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재벌, 즉 독점 부르주아는 남과 북의 대립이라는 한국자본주의의 특수성을 이용해서 부르주아 자신의 지배사상을 대중들이 수용하도록 하여 착취질서의 안녕을 도모해 왔다. 심지어 운동진영이라고 자처하는 ‘진보’정치세력들, 소부르주아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반공주의 사상이 내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실업과 양극화, 빈곤이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낳고 있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 공황의 시대에, 박근혜가 민중들의 저항을 가장 잘 때려잡아 부르주아 착취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총자본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착취질서의 폭력적 수호자인 국정원과 검찰 같은 공안기구들이 직접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인 지배계급의 사상, 즉 부르주아 반공주의가 어떻게 폭력적인 힘으로 나타나고 억압과 탄압의 수단이 되는지를 목격했다. 우리는 진보의 이름을 하고 국정원과 국가보안법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세력과 개인들을 통해 부르주아 반공주의가 어떻게 위력을 발휘하여 내면화되고 동조자들을 규합하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진실은 RO(혁명조직)와 내란음모가 실제로 존재했느냐 아니냐 하는 따위의 부르주아가 제공하는 반공주의 프레임이 아니다. 학살과 고문, 도청, 미행, 감시의 끔찍한 악행과 부정선거를 저질렀던 국정원이 적반하장으로 프락치 매수공작으로 내란음모까지 날조해내는 작금의 현실에서 대오각성하여 자기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겠는가? 또한 국정원을 앞세워 이러한 파쇼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박근혜 ‘찬탈’정권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 명백하지 않은가? 국정원은 반드시 민중의 투쟁으로 해체시키고 국가보안법을 철폐시켜야 한다. 박근혜 ‘찬탈’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

박근혜 '찬탈’정권과 국정원은 내란음모라는 초강수를 두어 통합진보당을 탄압하고 민중운동 전체를 탄압하고 분쇄하여 일시적으로 반격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집권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퇴진압박을 받고, 내란음모를 조작해내지 않으면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권력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제 이 투쟁 요구는 국정원의 파렴치한 공세로 인해 더 이상 박근혜 사과와 국정원 개혁 수준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파쇼적 탄압과 협박에 휘둘리지 말고 이데올로기 공세에 동요하지 않고 싸워나가야 한다.<노/정/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