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진실

제주 강정마을, 끝나지 않은 역사의 투쟁!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15. 9. 8. 10:46
제주 강정마을, 끝나지 않은 역사의 투쟁!    

 

 

<노동자정치신문>[77호(통합 89호), 2011년 8월 30일)


 

8월 8일, 태풍 ‘무이파’가 강정마을을 휩쓸고 가자마자 경찰은 ‘복구’를 위해서가 아닌 강정마을을 급습하고 피해복구를 방해하기 위해 출동했다. 그리고 8월 14일, ‘육지경찰’이 제주 강정마을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 ‘육지경찰’이라는 말은 단지 섬과 육지를 공간적으로 갈라놓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4.3학살이라는 핏빛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60여 년 전 4.3 토벌대에 이어 또 다시 ‘육지경찰’이 평화의 섬 제주를 침탈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마을의 4년여 동안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대해 정권은 ‘지역이기주의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라며 주민들을 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우려 했다. 하지만 최근 강정마을에 대한 연대와 관심이 늘어나고, 외국 언론에까지 수차례 보도되어 해군기지의 제국주의적 위험성과 정권의 거짓말이 폭로되며 평화와 제주의 환경을 위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자 정권은 육지 경찰을 투입하고 탄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공사 강행에 반대 투쟁을 벌이는 이들을 연행했으며, 연행된 강정마을 회장 등을 구속했다. 또한 연행에 항의하는 고령의 문정현 신부까지 연행해가는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은 연행에 반대하는 투쟁대오들이 연행차량을 막았을 때,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서귀포 경찰청장을 경질했다. 또한 연행된 강정마을 회장 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앞으로 더욱 더 폭력적인 공권력 투입과 대대적 탄압이 예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명박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던 용산 철거민 집단 학살의 고통을 잊었는가? 고통을 느껴보기라도 했는가? 용산 학살 때처럼, 쌍용자동차 해고 투쟁에서처럼 저항을 하든, 사람이 죽든 행정대집행, 강제집행, 연행, 구속 등 공권력만 투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리석은 이명박은 영국 젊은이들의 분노의 폭동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는가? 한국의 젊은이들 또한 감당 못할 고액의 등록금과 전망 없는 취업의 고통으로 자살하거나 혹은 아르바이트에서 산재를 당하는 등 (지난 7월 3일, 야간 작업 중 질식사 한 시립대학생과 노동자 세 분을 애도한다.) 절망과 분노 속에 살고 있다. 최근 칠레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언제까지 탄압과 공권력으로, 생존권과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투쟁을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무엇을 위한 해군기지인가?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정권과 해군, 우익세력의 논리는 ‘미군과는 무관한 해군기지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며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 라는 것이다.

먼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거짓말임은 이미 미국 평화운동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폭로되었다. 다음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양의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 해군) 기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 기지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한 이지스 구축함이 북한의 대포동 탄도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게끔 고안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9년 미 의회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이지스함 시스템은 “저공 단거리 대포동 탄도미사일로부터 남한의 북쪽 3분의 2는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주도의 군사화는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풀리지 않는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지역에 군비경쟁을 강화하여 새로운 안보 위협을 줄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한국과 그의 동맹인 미국이 중국의 동남지방에 있는, 일본과 대만을 겨냥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한다. 워싱턴은 이 기지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방어체계의 중심축으로 본다. 중국은 분명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한다. <크리스틴 안, 2011년 8월 5일, 뉴욕 타임즈, ‘한국의 섬은 미사일을 원하지 않는다.’>


이렇듯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단지 남한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만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과 필요, 그리고 그에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남한 정권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년에 폭로되었던 이명박의 ‘후텐마 기지 한국 내 이전’ 발언에서도 확인 된다.

2010년 6월 캐나다에서의 G20 정상회담 중 이명박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기지를 한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오바마 미대통령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거짓말이라고 반발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나 설득은 전혀 없다. 당시 일본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주민들의 오랜 투쟁 속에 있었고, 기지 이전을 약속한 하토야마 총리가 결국에는 이전하지 못하고 사퇴하게 되는 등 일본 내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일본의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하게 될 만큼 중대하고 미국의 이해와도 깊이 얽혀 있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이명박은 ‘한국 내 이전’을 제안하며 미국의 환심을 사려했던 것이다. 이는 미군기지 제공을 위해서는 주민의 거센 반발이나 투쟁쯤은 공권력으로 밟아버리겠다는 태도, 언제 어디서든 미군기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정권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주둔과 소파(SOFA)협정으로 미군은 남한의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제주해군기지 또한 미군의 필요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 매년 대규모의 한미합동훈련을 벌이며 전략적 동맹을 과시하고 북, 중에 대한 군사적 도발과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가 미군과 무관하다는 말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한편,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힘이 있어야 평화가 있다.’는 논리이다. 이는 우익이 평화 운동을 비난하고,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분단 상황에서 국방력의 강화는 필수적이고 더 많은 군사력과 국방비가 있어야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들은 ‘제국주의 폭력’을 두고 ‘평화’라고 잘못 말하고 있다.

저들이 말하는 ‘힘’은 ‘자본가 국가의 힘’이고 ‘자본가 계급의 힘’이며,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평화는 자본의 착취를 보장하는, 자본가 국가의 억압적인 평화일 뿐이다. 전 사회적인 불평등과 빈곤으로 민중의 삶을 고통으로 내몰 거나 범죄자가 되도록 하는 것, 거리와 철도역사에 넘쳐나는 노숙인조차 물리력으로 내몰아버리는 것, 해고와 저임금으로 생존권을 박탈하고, 건설자본과 기생적 토지 투기꾼들을 위해 철거민을 내쫓아도 순순히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평화’이다.

제국주의의 ‘평화’는 어떠한가? 미국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 민간인에 대한 폭격으로 수많은 민중들이 살해당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아동이 제국주의 초저임금의 노예가 되어있다.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제국주의는 군사적으로는 한국 내 미군주둔, 일본 내 미군기지 등으로 관철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북에 대한 고립과 압박, 한미일 동맹의 강화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과 미사일 방어체제(MD), 세계최대의 핵보유와 핵우산 등으로 전 세계 어디든 출동 가능하고 통제할 군사력을 강화하며 한반도를 제국주의 군비경쟁과 전쟁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것이 제국주의의 힘이며 평화이다.

한편, 제국주의적인 포스코 자본은 인도의 ‘강정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샤주 농민들을, 원주민들의 반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지로부터 축출하고 있다. 한국 자본가 정권은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을 하고,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로 군비를 확장하며, 한미연합작전을 강화하는 등 미제국주의와 강도적 동맹 속에서 제국주의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논리와 힘의 논리 속에 한반도는 언제나 전쟁의 위험이라는 바람 앞에 촛불과도 같은 불안한 상황이다.

 


제주, 끝나지 않은 투쟁



이런 불안과 위기 속에 천혜의 자연과 평화의 땅으로 불리던 제주도가 휘말리고 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제주는 일상적인 환경오염과 군사훈련 등으로 몸살을 앓을 뿐 아니라 전쟁과 군비 경쟁의 표적이 될 것이다. 때문에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제주도민과 몇 백 년, 몇 대를 이어 강정마을을 지킨 주민들의 저항은 정당하다.

하지만 연대와 투쟁이 강화될수록 탄압 또한 거세지고 있다. 침탈과 연행에도 모자라 8월 26일에는 검찰과 경찰청,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가 참여한 공안대책협의회가 진행되었다. 앞으로 더 폭압적인 탄압이 진행될 것이다. 그만큼 정권은 어떤 반대투쟁을 무릅쓰고라도 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할 것이다.

제주도는 평화의 땅이기도 하지만 처참한 양민학살의 고통이 서린 땅이기도 하다. 1948년 4.3 항쟁 전후 수년에 걸친 정권과 우익에 의한 학살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무참하게 죽어갔다. 해방 이후 미군정은 우익과 친일분파들을 기반으로, 민중의 자주적 국가 건설의 노력을 짓밟았다. 지주 토지 몰수와 토지 무상분배에 대한 바람 또한 억압당했으며, 당시 제주도의 잇따른 흉년에도 미군정은 쌀을 강제적으로 공출해갔다. 시위 군중에 대한 경찰의 발포, 고문은 민중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항한 제주도민은 모두가 빨갱이로 몰려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수 만 명이 피의 학살을 당하게 되었다. 그 수많은 이들의 한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 오늘날, 또다시 제주도는 미제국주의와 경찰의 폭력에 유린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의 비극이라는 역사적 의미 속에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현재에는 한국 자본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에 맞서는 투쟁이 되고 있다. 그리고 60여 년 전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며 자주적 국가 건설을 염원하던, 미군정과 우익의 억압과 폭력에 맞서다 희생된 제주민중의 투쟁의 연속이기도 하다. 지금의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평화로운 생존권을 지키려는 소중한 투쟁이며, 노동자 민중에게는 ‘강경대응’으로 모든 투쟁을 짓밟으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투쟁이다.

제주해군기지는 미국 뉴욕타임즈와 CNN뉴스에도 비판적으로 보도될 만큼, 국제적 관심을 받는 문제이다. 그만큼 국제정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이해관계 또한 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정마을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비해 국내적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강정마을 투쟁이 주민들과 일부 평화 운동가들만의 투쟁이 되어서는 부족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 제주를 제국주의 대립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것이기에 해군기지 저지 투쟁은 제주도민 전체의 투쟁임은 물론 투쟁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관심과 연대 또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노/정/협>